청년농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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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5

허브 짓는 청년농부의 Herb a nice day!

대표자 | 이찬호

설립연도 | 2012년

주소 | 경북 군위군 소보면 위성2길 7-3

생산품목 | 바질, 라벤더, 타임, 레몬

주요 판매처 | 스토어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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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몇 해 전, 회사를 그만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게 됐는데 정말 말 그대로 마음을 사로잡는 한 컷 이었죠. 그림처럼 펼쳐진 훗카이도의 라벤더 밭이었어요. 그날 바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여행 그 자체도 좋았지만 직접 그곳에 가서 광활한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무언가 꿈틀거림이 느껴졌어요. 이렇게 멀리 타국에 있는 사람도 직접 찾아오게끔 만드는 밭이라니. 그런 농장이 엄청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저의 애정을 온전히 쏟을 수 있는 농사를 짓고 싶었고 라벤더를 심어보자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허브로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농사 작물로 허브는 조금 생소한데요, 허브 재배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셔서 어릴 때부터 밭에 나가 일손을 도우며 자연스레 농업과 가까워졌어요. 농사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허브를 작물로 선택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셈이죠. 농과대학에서도 수업도 듣고 경북농민사관학교 청년리더영농창업 과정과 화훼 및 허브식물상품화 과정을 수료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허브는 과수나 벼농사처럼 수확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연중 수확이 가능홥니다. 그래서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지요.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따서 택배로 보내드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소득이 발생하죠. 하지만 그만큼 지속적인 관리와 정성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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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허브로치의 허브는 대부분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뉴스를 봤는데 우리나라 치킨가게의 개수보다 카페 매장수가 더 많아졌다고 해요. 그만큼 카페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이제 카페들도 메뉴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 허브를 활용합니다. 음료에 곁들이거나 베이커리류의 데코용으로 많이 판매가 되고 있어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로 판매가 많이 이뤄지고 '농부시장 마르쉐'에도 입점해서 서울에 올라가 소비자들도 직접 만나고 있습니다. 수도권 소비자들의 허브 구매 트렌드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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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로치의 뜻이 궁금합니다.

농과대학 실습을 하면서 졸업 후 어떻게 창업을 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무엇을 하든 이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허브(Herb)로 다가가다(Approach)라는 뜻을 담아서 허브로치로 정했습니다. 허브를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반대로 농업에 스스럼없이 다가올 수 있도록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 싶었어요. 허브(Hub)의 또 다른 의미인 ‘중심’의 가치도 너무 좋았고요. 단순히 농사를 지어서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허브를 통해 사람과 농업이 만나고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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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는데 있어서 지키고자 하는 철학이 있다면

허브로치 농장에는 20여 종의 허브가 자라고 있습니다. 농업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수경재배나 양액재배 등 여러 가지 재배 방식이 활용되고 있지만, 허브는 향을 쓰는 식물이기에 땅에 직접 심고 재배하는 방식을 이어가고 있어요. 허브는 얼마만큼 좋은 향을 내는가에 따라서 농사의 성패가 달려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업 과정이 조금 힘들더라도 땅에서 좀 더 품질 좋은 허브를 길러보자는 생각으로 토경재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땅의 기운을 오롯이 담은 건강하고 신선한 허브를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토양재배로 기른 허브가 품질이 월등하고 향이 좋지만 겨울철에도 농장을 운영해야 하기에 시설재배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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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앞둔 예비 청년 농부들에게 전하고픈 한마디.

함께 플리마켓을 꾸려가는 멤버들을 봐도 그렇고 예전에 비해서 농업이 청년들에게 한걸음 가까이 와 있는 것 같아요. 새내기 농부로서 전하고픈 게 있다면 판로가 확실히 보장된 작물도 좋겠지만 조금 특별한 작물도 과감히 도전해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농업의 다양성을 이어가는 역할을 젊은 세대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국산 ‘깨’같은 경우도 시골에서 어르신들이 알음알음 작업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10년 20년 뒤에 이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우리 고유의 깨를 농사짓는 이들이 몇 없게 되는 거죠. 물론 어려운 길이겠지만 청년이기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리마켓, 체험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매월 첫번째 주 일요일, 로컬 생산자분들과 함께 플리마켓을 열고 있습니다. 수제 막걸리부터 지역 농산품, 도자기 페인팅 등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한 축제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허브로치 농장에서 수확한 허브를 활용해 ‘레몬딜버터 만들기’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새롭게 마련한 ‘허브롯지’ 공간에서는 워크숍이나 체험활동 등을 진행할까 합니다. 직접 딴 허브를 활용해 음료를 만들어보고 농장 앞에 마련된 파라솔 벤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죠. 이런 활동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허브를 좀 더 알리고 많은 분들이 허브를 일상 가까이에 두고 힐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